[천자 칼럼] 건달들의 '我是他非'

입력 2020-12-21 17:49   수정 2020-12-22 00:18

‘건달’이란 말은 불교 용어 ‘건달바(乾達婆)’에서 나왔다. 산스크리트어 ‘간다르바’를 음차한 건달바는 그리스신화의 뮤즈처럼 수미산에서 음악을 관장하는 신이었다. 술과 고기는 입에 대지 않고 향(香)만 먹고 사는 존재로 그려졌다. 악사를 비유하는 데 쓰였던 건달은 이후 빈둥거리다가 수시로 난봉이나 부리는 사람을 일컫는 말로 바뀌었다. 지금은 ‘땀 흘리지 않고 돈 버는 무리’라는 뜻에서 연원한 ‘불한당(不汗黨)’과 거의 같은 의미로 쓰인다.

요즘 ‘건달’이 우리 사회에 널리 회자되고 있다. 현 정권의 주축을 이루는 586운동권 출신들이 툭하면 기존 법질서를 무시하거나 비현실적이고 이념편향적인 입법과 정책을 밀어붙이는 사례가 잦아진 탓이다.

‘숫자’를 앞세운 여권은 민주적 적법절차를 무시한 채 공수처라는 ‘괴물’을 잉태했고,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대북전단금지법을 강행 처리했다. 기업을 옥죄는 입법은 끝이 없다.

그런 거친 모습에서 자연스레 건달을 연상하는 이들이 늘었다. 프랑스 파리의 택시운전사로 유명했던 대표적인 좌파 인사 홍세화 씨조차 586 실세들을 두고 “제대로 공부한 것도 아니고 돈 버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도 모르는 ‘민주 건달’”이라고 일갈했을 정도다.

‘불한당’도 많다. 이용구 법무부 차관은 만취상태에서 ‘택시기사 폭행’과 경찰의 내사종결로 구설에 올랐다.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는 “못사는 사람들이 미쳤다고 밥을 사서 먹느냐” 같은 막말을 내뱉은 게 한두 번이 아니다. 법규와 절차는 안중에도 없던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모습에서 ‘조폭 두목’을 연상한 이들이 적지 않았다. 윤미향 의원이 ‘와인 파티’를 벌여놓고 위안부 할머니의 생신을 핑계로 든 것도 어이없는 일이다.

여기저기서 ‘건달’들이 속출하는 판국에, 전국 주요 대학 교수들이 올해의 사자성어로 ‘아시타비(我是他非)’를 선정해 눈길을 끈다. ‘나는 옳고, 남은 그르다’는 뜻으로, 요즘 시대정신이 돼버렸다는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을 한자로 표현한 것이다.

한 번도 돈을 벌어본 적이 없는 이들이 법과 도덕을 건너뛰는 행패를 벌일 수 있는 것은 부끄러움을 모르기 때문이다. ‘민주 건달’에 ‘후안무치(厚顔無恥·낯이 두꺼워 수치스러운 줄 모름)’라는 소리까지 듣지 않으려면 최소한 ‘나만 옳다’는 맹목에서 벗어나 반성과 성찰이라도 할 줄 알아야 한다.

김동욱 논설위원 kimd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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